'영국에선 맥도널드도 맛없다'
영국 음식에 대한 악평으로 유명한 얘기입니다.
조리법이 똑같은 패스트푸드조차 이럴 정도로 영국 음식이 맛없다는 것인데 이런 얘기를 듣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죠.
세계적인 셰프인 고든 램지나 제이미 올리버가 영국 사람이라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고든 램지는 프랑스 요리를 제이미 올리버는 이탈리아 요리 전문가이지 영국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국가가 강대해지면 요리도 따라 발전하는 거 아닌가?
먹고사는 게 풍족해지면 그다음 단계는 맛있는 걸 찾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탈리아가 그렇고 프랑스가 그렇고 중국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영국 어떤 특별한 사정이 있어 이와는 다른 길을 갔을까요?
사실 음식 문화가 발전하려면 다양한 식재료가 필수입니다.
그런데 영국은 연중 비가 내려 일조량이 적은 데다 기온도 낮아 농작물 재배가 쉽지 않은 환경을 가진 나라입니다.
채소도 기껏해야 10가지 이내이고 밀의 품종도 좋지 않아 빵도 맛이 없습니다.
또한 섬나라임에도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고등어 청어 연어 도미 가자미 정도가 먹는 생선의 전부입니다.
그 비싼 랍스터조차 한 땐 죄수들의 식량으로 나섰을 뿐 바다에서 나는 건 대부분 찬밥 신세였습니다.
북해가 워낙 거칠어 옛날 선박 건조 기술로는 어업이 쉽지 않은 것도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다만 기후상 목초지가 풍성하고 평지가 많아 목축은 발달했습니다.
영국에선 이 점이 음식의 다양성을 해쳤다고 보고 있습니다.
음식이 발전하려면 프랑스처럼 왕가나 귀족들이 먼저 미식을 즐겨야 하는데 영국 귀족들은 풍성한 소고기를 먹는데 만족하고 말았다는 거죠.
고기가 흔하다 보니 몸통 부위만 먹을 뿐 내장이나 고기뼈 등을 이용한 음식도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영국 음식을 조롱한 사람 중에 바람둥이의 대명사인 카사노바도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건지 영국 사람들 참 대단하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종교적 철학적인 이유도 있다고?
19세기의 빅토리아 시대 때까지만 해도 영국에서 아이들에게 먹이는 음식은 거의 아동학대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자녀 교육의 교과서나 다름없었던 어머니들이 읽어야 할 자녀 양육 지침서를 보면 아이들에게 말라비틀어진 빵과 감자를 주는 걸로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감리교를 창시한 존 웨슬리는 아이들은 악한 존재라 그 본성을 죽이기 위해 좋은 음식을 주면 안 된다고 가르쳤습니다.
이렇듯 어렸을 적에 좋은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으니 어른이 되어서도 맛에 무감각한 것은 당연하다 할 것입니다.
이런 환경적 조건과 사회적 풍조를 배경으로 영국 음식이 맛없게 된 결정적인 두 가지 원인은 청교도 혁명과 산업혁명입니다.
청교도 정신은 한마디로 금욕주의였습니다.
극장도 술집도 서커스도 정신을 좀 먹는 향락이라 하여 모두 폐쇄했습니다.
여기엔 음식도 포함되었습니다. 맛을 탐한다는 것은 곧 제약이었습니다.
요리사는 범죄자 취급을 받았습니다.
이 기독교 근본주의로 영국에서 음식 문화는 그야말로 암흑기를 맞았습니다.
이어 18세기의 산업혁명이 영국의 요리에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산업혁명기의 도시 노동자들이 생존을 위해 먹었던 음식이 바로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피시 앤 칩스입니다.
두툼한 밀가루 반죽을 입힌 생선튀김과 감자튀김으로 이루어진 이 간단한 요리는 거리에서 아주 쉽게 살 수 있었고 서서 먹을 수도 있어서 노동자들의 시간을 아껴주었습니다.
게다가 칼로리까지 높아 오랫동안 배를 든든하게 해 주었으니 노동자들의 음식으로 이만한 게 없었습니다.
결국 이런 사회 문화적인 이유로 영국의 음식 문화가 발전을 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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